2-k 뉴턴 역학의 함의, 질량에 대한 모호함

정의 I. “물질의 양은, 물질을 밀도와 부피의 곱으로 측정하는 값이다.”

 

프린키피아를 보면,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질량을 ‘밀도에 부피를 곱한 양’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밀도는 질량을 부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되었기 때문에, 뉴턴은 질량에 대하여 자기순환적으로 정의하였을 뿐이며 질량에 대하여 어떠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프린키피아라는 위대한 저술은 정의로부터 시작되는데, 그 첫 번째 정의가 ‘질량에 대한 정의’임을 생각하면 뉴턴답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질량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비록 우리가 중력에 의하여 질량을 늘 체감하는 친숙함과 달리 쉽게 답할 수 있지 못하다.

 

질량은 무엇인가?

운동의 변화에 저항하는 무엇인가?

질량이 클수록 끌어당기는 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만유인력을 일으키는 그 무엇인가?

 

우선 우리는 위와 같이 운동의 변화나 만유인력과 연관성을 짓는 질량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그러나 이렇게 질량에 대해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질량의 역할에 대한 정보이며 질량이 도대체 무엇이며, 어디로부터 왔는지에 대한 정보나 이해를 풀어내지는 못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에서 질량은 운동의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성질을 양적으로 표현한 것에 해당한다. 힘은, 우리가 물체를 걷어차거나 밀거나, 대전시킨 두 물체를 가까이 하거나 등의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질적인 행위로 발생시킬 수 있는 실체적 힘과 실체적 현상인 운동의 변화에 대해 방해하는 저항성으로 질량을 정의하는 관성질량(inertial mass)과 달리, 만유인력은 물체의 운동에 상관없이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으로 질량을 정의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정의한 질량이 중력질량(gravitational mass)이다. 만유인력은 측정할 수 있는 양이며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질량은 다른 질량의 비로써 정의할 수 있게 한다. 기준질량을 어떠한 값이라고 인위적으로 정하게 되면, 그 기준질량에 대한 비율이었던 다른 질량들은 비로서 구체적인 값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구체적인 힘으로부터 정의되는 질량(중력질량)은, 운동으로부터 정의되는 질량(관성질량)과 달리 운동에 무관하게 질량을 정의한 것이다. 그러나 중력질량이 관성질량과 같을 이유는 없다.

먼저 만유인력으로 질량의 비를 정하고, 기준질량을 정하여 각 물체들의 질량을 수치화하여 나타내는 것은, 운동과 무관한 중력질량으로 물체에 질량 값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력질량으로 정의된 질량에 측정 가능한 물리량인 가속도를 곱함으로써 힘을 정의할 수 있다. 운동 제2법칙은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을 등가 시키는 행위와 같다. 힘을 실체로 보면 운동법칙은 관성질량에 대한 정의가 되고, 질량을 중력질량이라고 본다면 운동법칙은 힘에 대한 정의가 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렇게 만유인력 혹은 역학원리에서 차지하고 있는 질량의 의미와 역할은, 철학적 고찰보다는 질량에 대한 이해를 보다 실존적인 길로 접어들게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문을 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턴의 중력이론은 뉴턴의 역학원리(운동법칙)와 더불어, 인간이 자연과 자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수백 년 동안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하늘을 본 이래로 이해하지 못했던 하늘의 커다란 비밀을 인간의 영역 한 켠에 둘 수 있었고, 지상의 다양한 자연현상들을 이해하고 응용하며 지구의 기술과 문명을 발달시켰다.

천왕성의 이상 운동을 뉴턴 역학 안에서 설명하기 위하여 이론적으로 가정했던 해왕성이 예측한 곳에서 관측됨으로써 뉴턴의 역학체계에 대한 인간의 신뢰는 절정에 달했지만, 수성의 근일점 이동 값을 뉴턴 역학 안에서 설명하기 위하여 이론적으로 가정했던 불칸은 관측되지 않았고 아인쉬타인의 중력이론(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인간의 신뢰를 달구게 했다. 아인쉬타인은 질량을 시공간을 휘게 하는 원인이라고 보았고, 그보다 10년 앞서서는 질량이 운동에 따라 변하는 양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아인쉬타인은 1905년에 발표된 특수 상대성이론과 1915년에 발표된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하여, 뉴턴의 역학체계와 중력이론(만유인력)은 고전역학[1]이라고 불리는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기적의 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인쉬타인은 1905년에 대단한 논문들을 4 편이나 발표했는데[2], 마지막 논문에서 아인쉬타인은 질량을 에너지와 등가 시켰다.[3]

 

물질의 근원을 쫓아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기본물질(보통 기본입자라고 부르지만, 고전적 의미의 입자와 속성이 꽤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기본물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음을 양해 바란다)과 만나게 된다. 물질의 궁극적 재료인 기본물질에게 ‘질량의 기원과 정체’를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을 기본물질에게 많이 내어 줄 수 없지만, 지식적 관점에서도 유용할 것 같은 몇 마디는 듣고 가는 것이 좋겠다.

원자 수준에서 물질의 질량은 원자핵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성자와 양성자(양성자와 중성자를 통칭하여 핵자라고 부른다)가 모여있는 원자핵은 up쿼크와 down쿼크로 불리는 두 종류의 쿼크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쿼크들은 3개가 모여서 핵자를 구성하지만, 쿼크들의 무게는 관찰되는 핵자 하나의 무게에 대하여 1%가 조금 넘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물질의 중력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느 곳에서 쿼크의 운동에너지에서 나온다고 하며, 결국 우리 존재의 근원은 운동에너지라는 글을 본 기억도 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이야기이다. 쿼크들은 글루온이라는 매개입자를 통하여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기본입자이며, 상호작용에 의한 에너지가 핵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138억 년 전, 우주가 막 시작되었을 당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기에는 아직 이론적으로나 관측적으로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겨우 10-36초 정도부터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인간의 이해는 시간적으로도 꽤 확장되었다. 이 시간 즈음에 급팽창이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난 후 세상의 기본입자들이 현재와 같은 입자로 자리 잡을 때, 힉스(Higgs)장과 상호작용하며 질량을 취득하게 되었다. 현대물리학의 표준모형과 우주론의 표준모형은 서로 마주 앉아 그렇게 질량의 기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 그림

질량은 입자물리학의 계산과 이론적 모형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며, 추후에 기회가 있을 때 더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질량의 정체성과 기원, 현실과의 연결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쯤 되고 보니 뉴턴이 질량에 대하여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뉴턴 역학이 함의하고 있는, 현상 너머 자연의 본질을 잘못 바라보고 있지만 자연현상을 대단히 훌륭하게 잘 기술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뉴턴 역학은 직관적이고 거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자연현상들을 정확하게 기술하며,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게 자연을 다룰 수 있게 한다. 또한 과학혁명을 마무리한 과학적 방법론은 현대과학과 다르지 않으며, 아직도 우리의 관념과 경험적 논리,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의 관념과 사고전개가 얼마나 타당한지를 반성하기 위해서라도, 뉴턴 역학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편 본질적으로 틀린 이론이 현상적으로는 꽤 옳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개연성과 개방성을 잃지 않으면서 진리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자연의 가르침이 있다. 과학이 발견한 것들이 절대진리와 절대믿음이 아니라는 겸손과 겸손하기 때문에 자유롭고 활력 넘치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뉴턴 및 뉴턴역학을 발전시킨 역학체계가 고전역학으로 불리게 된 또 다른 충격은 물론 양자역학의 출현 탓이다. 양자역학은 비록 아직도 중력(일반 상대성이론)과 잘 어울려 지내지는 못하지만, 특수 상대성이론과 어울리며 자연에 대한 통찰과 현대문명의 발달에서 근간이 되고 있다.

[2] 1905년의 논문들을 발표된 순서대로 나열하면, ‘광전효과’(6월 발표. 이 논문으로 노벨상 수상), ‘브라운 운동’(7월 발표. 분자의 실체를 증빙), ‘특수 상대성이론’(9월 발표. 시공간에 대한 이해를 전환), ‘질량-에너지 등가’(11월 발표. 질량 및 핵반응의 이해)이다.

[3] 현대물리학에서 기본입자들의 질량을 에너지 단위로 표현하는데 기본입자들의 질량을 비교하거나 현대물리학 이론을 감각하는데 있어서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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