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a 현대역학, 고전적 장(場)론

가장 기본적인 계를 지배하는 운동 원리는, 기본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모든 물리적 계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우리는 앞에서 과학의 성배와도 같은 뉴턴의 운동법칙을 보다 확장된 계에 적용하면서, 주기적인 진동과 크기를 갖는 강체의 운동, 행성들의 운동, 파동으로 불리는 자연현상 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관성과 운동량, 에너지와 같이 자연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개념들을 명확하게 할 수 있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수학적으로 형식화함으로써 자연에 내재된 속성과 관찰되는 현상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깨우칠 수도 있었다.

뉴턴 역학은 다양한 물리 계로 확장되면서 유체역학, 광학, 열역학, 파동역학의 물리학분야만이 아니라 보다 복잡한 계인 화학과 생물학과 같은 다른 과학의 기초를 단단하게 하였다. 또한 기계의 구조나 건축적 설계, 열기관 등 공학적으로 응용되면서 문명을 발달시켰다. 또한 세계관과 인문사회 과학에서 방법론의 변화, 지구의 인력을 벗어나 화성을 향하는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F = m a 라는 과학의 성배가 끼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뉴턴의 역학을 고전역학이라 하며, 현대의 역학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고전역학과 다른 운동원리를 알아냄으로써 현대문명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현대의 역학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한 것인지를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고전적 장(場)론

뉴턴 역학은 자연의 보편적인 운동원리를 가장 단순한 계인 질점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자연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했지만, 운동을 유발하는 보편적 힘인 만유인력(뉴턴의 중력. 이하 중력이라 칭함)이 원거리를 어떻게 작용하여 물체를 서로 끌어당기는지에 대해 적절히 설명하기는 어려웠다.[1] 한편으로 호박을 천에 문질렀을 때 나타나는 전기현상 및 어떤 광물은 쇠를 끌어당긴다는 자기현상을,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가 이미 연구했을 정도로 전기와 자기에 대해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뉴턴이 1687년에 출간된 프린키피아에서 명시한 중력이론 후 100년 정도가 지난 1785년에 쿨롱은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을 명확히 하였다. 쿨롱의 법칙과 뉴턴의 중력이론이 수학적으로 유사하게 표현되지만, 질량과 달리 ‘전하가 움직이는 주위로 자석이 움직인다’는 1823년의 앙페르의 발견과 자석을 이동시키면 전하의 움직임인 전류가 유도된다는 1831년의 패러데이의 발견에 의해 전기와 자기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력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찬가지로 어떻게 전하의 움직임이 자석을 움직이게 하고, 자석의 움직임이 전하를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힘들었다. 수학적으로는 그러한 현상을 표현할 수 있지만,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 공간을 전파하여 떨어져 있는 것을 움직이게 하는지 물리적으로는 잘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패러데이는 1849년에 공간에 펼쳐지는 장(場 Field)의 개념을 도입하여 떨어져 있는 전하와 자기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맥스웰은 뉴턴의 프린키피아 이후 200년 정도가 지난 1864년에 전기장과 자기장을 도입하여 전자기의 모든 법칙들을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맥스웰 방정식을 발표했다. 맥스웰 방정식은 전자기력이 중력과 같이 자연의 보편적인 힘이면서도, 공간의 한 점으로 기술되는 입자의 운동이 아니라 공간에 퍼진 장으로 기술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맥스웰 방정식과 같이 장으로써 원거리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관점은, 뉴턴의 중력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게 한다. 비록 전자기장처럼 쇳가루의 분포와 같이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중력 역시 수학적으로 중력장을 도입하여 기술될 수 있기 때문에 힘은 장을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의 근본 힘들이 공간에 장을 형성함으로써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은 현대과학으로도 이어진다.

고전적 장이론(Classical Field Theory)은 중력장과 전자기장 외에도 현대과학의 한 축인 상대성이론도 포함한다. 흔히 고전적 장이라고 하면, 양자화(quantized)되지 않은 장이론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아인쉬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아인쉬타인의 장 방정식(Field Equation)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장의 개념을 사용하면 유체에서의 압력이나 밀도의 흐름 및 물체에서의 온도의 분포 와 같이 뉴턴 역학을 확장한 이론에 대해서도 수학적으로 기술하고 물리적으로 이해하기 좋다. 장이론은 수학적으로도 미분기하학의 언어로 잘 기술할 수 있으며, 이러한 수학적 형식화는 또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기도 한다.

거시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힘, 중력(뉴턴의 중력 혹은 아인쉬타인의 중력)과 전자기력(맥스웰 방정식)은 고전적 장이론으로 잘 기술되며 직관적으로도 이해하기 용이하다.

 

장의 개념으로 자연의 기본힘인 전기력, 중력, 강력(강한 상호작용)을 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a) 다른 종류의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장 (b)시공간이 휘어진 형태로 표현되는 중력장  (c) 쿼크 사이에 작용하는 강한 상호작용

 

[1] “만유인력의 법칙은 왜 공격을 받았을까?” 글 http://bitly.kr/oiLsy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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