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b 상대론적 역학

4개의 등식으로 전자기장을 통합하여 나타내는 맥스웰의 멋진 장 방정식은 미분기하학 관점에서 아주 단순한 등식으로 쓰여질 수 있고,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인 게이지 이론을 시작하도록 만들었지만 여기서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맥스웰은 1865년에 자신의 방정식에서 계산된 전자기파의 속도와 그때까지 실험적으로 알려진 빛의 속도가 거의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빛이 전자기파라고 추측하였고, 1888년에 헤르츠가 실험으로 확인하면서 빛의 입자모형에 마지막 펀치를 가하였다.[1] 비슷한 시기에 마이컬슨과 몰리는 빛이 파동이라면 매질이 있어야 하므로 에테르로 불리는 매질을 찾기 위한 실험을 했다. 비록 에테르를 찾는데 실패했지만 빛이 상대적 운동에 무관하게 일정한 속도를 갖는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마이컬슨-몰리 실험은 때때로 실패한 가장 유명한 실험으로 불리곤 한다.

 

뉴턴 역학의 관점에서 있을 수 없는, 운동상태에 무관하게 일정한 빛의 속력은 아인쉬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special relativity)의 두 기준 중의 하나로 삼을 때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었다. 뉴턴 역학과 맥스웰 방정식의 갈등은 보다 본질적이었다. 속도가 일정한 관성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야 할 고전역학의 양대 이론인 뉴턴 역학과 맥스웰 방정식은 그러지 않았다. 결국 1905년에 아인쉬타인은 “관성계에서 자연법칙은 동일하다.”와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는 관성계의 운동과 무관하다.”는 두 가지 전제를[2] 바탕으로 특수 상대성이론을 주장하면서 맥스웰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수 상대성이론은 뉴턴 역학의 절대 시간, 절대 공간, 절대 정지와 같이 자연을 기술하는데 있어서 절대적 개념을 무너뜨렸고, 시간과 공간을 통합하여 시공간(spacetime)으로 확장시켰다. 특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두 시각 사이의 간격)과 거리(두 위치 사이의 간격)는 관성계에서도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상대적인 물리량이다. 우리가 앞서 보았듯이 역학은 공간을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에 대한 변화를 구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역학의 기본 변수인 위치와 시간이 상대적으로 달라지면서 역학의 근간이 변할 수밖에 없다. 관찰자 A가 등속도로 움직이는 다른 물체 B를 볼 때, 그 물체는 정지했을 때보다 진행방향으로 수축되고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체 B에서 보면 자신은 정지하고 관찰자 A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공간과 시간이 변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대신에 관찰자 A가 진행방향으로 수축되고 A의 시계가 더 늦게 간다고 여길 것이다. 물론, 이러한 효과는 빛 속도에 근접할 때만 느껴질 정도이므로 현실세계에서 우리 감각기관으로는 그러한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또한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가 깨지지는 않지만, 어느 관찰자에게는 동시에 벌어진 사건을 어느 관찰자는 동시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특수 상대성이론의 가정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이 증가한 것처럼 느끼고,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3]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물론 실험적으로 충분히 검증되며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졌을 뿐만 아니라 GPS와 같은 일상적인 기기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우리의 삶과 경험은 뉴턴의 역학이 빛을 발하는 낮은 속도에 맞추어져 있어서 보다 확장된 실체와 개념을 인식하고 사고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인쉬타인의 장방정식(일반 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여 풀고 입자물리학의 표준이론을 같이 고려하면, 우주론의 표준모형인 빅뱅 우주론을 구성할 수 있다. 빅뱅 우주론은 높은 정밀도로 관측한 결과와 잘 부합하는 편이다. 138억년 전에 시공간이 탄생하면서 세상이 시작되었다.

아인쉬타인은 등속도로 움직이는 좌표계 사이의 특수한 상대성에서 더 나가기 위하여 리만 기하학을 공부하며, 가속운동을 포함하는 일반적 운동에서의 역학체계인 일반 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을 1915년에 발표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뉴턴의 역학에서 계산한 값과 달랐던 수성의 근일점 이동 값을 정확하게 산출하고, 1919년 에딩턴이 이끄는 원정대가 일식 때 태양에 의해 별빛이 굴절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빠르게 인정되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아인쉬타인의 중력이론 혹은 아인쉬타인의 장 방정식이라고도 불리는데, 질량에 의해 시공간이 얼마나 굽어지는가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물질에 의해 굽어진 시공간에서는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와 시간팽창, 중력렌즈, 중력파 등이 예측되며 검증되었다. 또한 장 방정식을 풀면 블랙홀의 존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우주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기술하는 우주론을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우주론은 현대의 표준 우주론인 빅뱅 우주론으로 불리며, 물질과 시공간의 기원, 천체의 기원과 진화, 태양계 형성과 진화 등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애초에 우리는 가장 단순한 물리적 계인 질점에 대한 운동원리로 시작하였지만, 뉴턴역학과 맥스웰 방정식의 갈등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힘과 운동, 배경인 시공간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확장시켰다. 또한 관찰자가 운동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변하지 않을 것이고 하다고 생각했던 질량과 시간, 거리가 달라지고, 동시성이라는 것도 관찰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상대성과 한편으로 관찰자가 어떻게 보더라도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예기치 못한 절대성에 대한 깨달음은 철학이 아니라 과학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고전역학에서 관찰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고, 관찰이란 자연을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관찰하느냐의 문제였지만, 현대 역학에서는 관찰자가 어떤 상태에서 관찰하느냐가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자연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자연만이 아니라 관찰자가 중요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상대성 이론은 물체에 대한 보편원리라기보다는 물체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공간, 시공간에 대한 원리이다. 물체의 운동원리를 쫓다 보니 시공간이라는 배경의 특성이 어떻게 운동을 통하여 물체의 특성과 운동양태를 변화시키는지, 예기치 못한 깨우침에 이르렀다. 현대 입자물리학의 표준이론은 뉴턴의 시공간 바탕에서 기술하는 (쉬뢰딩어의 파동방정식 형태 혹은 하이젠베르그의 행렬역학 수준의) 양자역학이 아니라, 특수 상대성이론이라는 시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론이다. 다음에서 전통적 양자역학을 살펴보고 양자역학을 넘어 성공적인 양자장론을 보도록 하자.

 

[1] http://bitly.kr/5FDfS 참조

[2] 아인쉬타인이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가정한 두 가지 전제 대신에, “자연법칙은 관성계에서 로렌츠 변환에 대해 불변하다.”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도 있다. 로렌츠 변환은 관성계에서 맥스웰 방정식을 불변하게 만드는 시공간 좌표변환으로써, 로렌츠가 제안한 것을 푸앵카레가 변환의 군(group) 성질을 인식하고 로렌츠 변환이라고 불렀다. 등속도로 움직이는 어느 관성계에서 보더라도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은, 우주에서 빛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뉴턴의 원격작용과 같이 무한대의 속력으로 움직이는 무언가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3]가장 유명한 과학공식 중의 하나로써, 우리가 E = m c^2 으로 익숙하게 알고 있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력으로 빛의 속력으로 3 x 108 정도되므로 c2은 1017 정도로 아주 크다. 1017 값이라는 큰 값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상대론적 효과를 느낄 수 없지만, 아주 작은 질량이라도 큰 에너지로 변할 수 있고 태양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따듯한 빛을 제공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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