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리학의 역학은 흔히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특수 상대성이론 및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20세기 초에 정립된 두 역학은 각자 실험적으로 검증되었으므로 서로 조화되어야 한다. 즉, 상대론적이지 않은 양자역학은 틀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성이론은 현재까지의 기술적, 이론적 한계 내에서 충분히 검증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양자역학적 속성과 부합하지 못하는 상대성이론 역시 틀렸다고 할 정도로 자연의 양자적 속성은 실험적으로 검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초전도체, 전자현미경, 첨단 의료기기 등 현대의 문명과 기술을 이끌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과 특수 상대성이론을 조화시키며, 현대물리학의 중추로 자리잡은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 QFT)이라는 이론적 프레임 워크를 만들어 내었다. 양자장론은 앞서 소개한 고전적 장을 양자화한 것이며, 먼저 상대론과 부합하는 맥스웰의 전자기장을 양자화하였다.
1928년에 디랙은 전자를 기술하는 쉬뢰딩어 방정식과 특수 상대성이론이 부합하는 디랙 방정식을 만들어 내면서, 이전에 손으로 넣어야 했던 전자의 스핀 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또한 다른 결과들을 멋지게 얻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 역시 디랙 방정식의 해로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동안 반입자가 발견된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1932년에 앤더슨에 의해 우주에서 오는 강력한 방사선(우주선 cosmic ray)에서 양전자가 발견되었다. 이렇게 전자를 상대론적으로 기술하는 양자이론을 디랙은 이미 1927년에 QED(quantum electrodynamics)라 이름 붙였는데, QED는 지금까지 실험적으로 가장 정밀하게 검증된 이론이며 첫 번째 QFT(양자장론)이다.[1] 이후 강한 상호작용을 다루는 QCD(quantum chromodynamics) 이론과 약한 상호작용을 다루는 QFD(quantum flavordynamics)[2] 이론도 QFT 다.
그리고 현대 입자물리학의 근간이며 표준이 되고 있는 표준모형은 자연의 근본 힘 4 가지 중에서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통합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이론으로써, 양자장의 언어로 기술되고 있다. 표준모형은 한 편으로 게이지 변환에 대한 대칭에 의하여, 각 힘을 매개하는 기본입자가 나타난다. 전자기력에 대한 게이지 대칭으로 1 종류의 빛을, 약력에 대한 게이지 대칭으로 3 종류의 보손(Z, W+, W–)을, 강력에 대한 게이지 대칭으로 8종류의 글루온이 기본입자로 세상에 출현한 것이다. 즉, 추상적(수학적) 대칭이 실체적 물질(기본입자)을 출현시켰다.[3]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신뢰하고 있는 과학지식에 있어서 인간영역의 최전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중력을 제외한 다른 세 가지의 기본 힘인 전자기력(전자기적 상호작용), 강력(강한 상호작용), 약력(약한 상호작용)을 꽤나 성공적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약한 상호적용에 대해서는 잠깐 색다른 부분을 언급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약력 외의 중력, 전자기력, 강력의 세 힘은 실험적으로 시간 대칭적이다.[4] 그러나 약력이 시간 비대칭이라는 것이 실험적으로 관찰되었다. 이것은 자연이 미시적으로 시간 비대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비대칭인 물리법칙에서 시간 비대칭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엔트로피 증가(열역학 제2법칙)라는 통계적(즉, 거시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미시적이고 근원적인 수준에서 자연은 충분히 시간 대칭적이지 않다. 이러한 약력의 시간 비대칭은 강력에서 훗날 관찰될 수도 있는 시간 비대칭과 함께, 우리 우주에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은 것을 설명할 지도 모른다.
어쨌든 대중 과학강연 혹은 서적에서 자연이 기본적으로는 시간 대칭적이지만,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여 시간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러한 이야기들이 종종 들리는 것은, 시간 대칭적 뉴턴 역학에서 어떻게 시간의 방향이 나올까? 하는 질문을 수백 년간 뜨겁게 고민하고, 아마도 미시적 힘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열역학 제2법칙으로만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시적인 힘(전자기력과 고전역학, 특수 상대성이론, 일반 상대성이론)은 시간 대칭적 이론이지만, 미시적 이론(강력, 약력)은 시간 비대칭을 이론적으로 갖고 있으며 약력에서는 실험적으로도 시간의 방향이 관찰되었다. 또한 약력은 다른 세 힘과 달리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를 구별한다.[5] 이렇게 미시적이지만 근본적인 수준에서 시간과 카이랄성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친다는 사실이, 거시적으로 보이는 시간의 방향과 생체분자들의 카이랄성 선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과정을 필자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쨌든 자연은 기본적으로 시간 비대칭적이고 카이랄성은 편향되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양자역학의 다음 단계인 양자장론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앞서 양자역학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기로 하자.
- 양자역학에서 손으로 넣어주어야 했던 스핀이 양자장론에서는 자연스럽게 출현하며, 기본입자는 파울리의 베타원리를 만족하는 입자(페르미온 Fermion)와 만족하지 않는 입자(보손 Boson)로 분류된다.[6]
- 양자장론은 입자의 개수와 형태가 변하는 일반적인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
- 양자장론에서 기본입자는 양자화된 장의 들뜬 상태(excited state)로 기술되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기본입자들은 서로 구별되지 않고 동일하다(indistinguishability). 즉, 모든 전자는 같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 양자장론에서 입자는 고전적 입자가 아니라 공간에 퍼진 장으로 명쾌하게 기술되며, 입자 혹은 파동의 양면성을 갖는 괴상한 존재가 아니다. 빛에서 보듯이 에너지에 따라서 공간에 얼마나 밀집되었는지 달라지지만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서 무한히 국소화시킬 수 없이 공간에 퍼져있다.[7]
양자장론으로 기술하는 계는 보다 일반적이기 때문에, 고체물리학에서도 사용되며 고체물리학의 수학적, 실험적, 개념적 성과가 입자물리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여러 책들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조금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내용을 구성했지만, 양자장론에서 중요한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음을 기억하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시중에서 혹은 인터넷으로 좋은 책과 자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 http://bitly.kr/aVNUp 및 http://bitly.kr/dY9sW 참고
[2] 약력은 전자기력과 통합한 약전자기력(electroweak force)으로 더 잘 이해되기 때문에, QFD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3] 그룹(group)의 독립변수의 개수는 개이며, 그룹의 독립변수 개수는 개이다. 따라서, 전자기력은 1개, 약력은 3개, 강력은 8개의 독립적인 실체적 매개입자를 갖게 된다. http://bitly.kr/8YPNv 참고
[4] 맥스웰 방정식과 뉴턴역학(및 상대성이론)과 같은 거시적 힘은 이론적으로 대칭적이지만, 강력 QCD는 이론적으로 시간 비대칭일 수 있지만 실험적으로 시간 비대칭이 관측되지 않았다. 시간 비대칭에 대해서는 http://bitly.kr/xMx1 및 http://bitly.kr/oHcAR 르 참고할 수 있다.
[5] 공간반전(parity) 대칭은 거울상 대칭을 말하며, 계의 카이랄성(chirality)을 테스트할 수 있다. 공간반전 비대칭에 대해서는 http://bitly.kr/vYKps 및 http://bitly.kr/l8a8i 를 참고할 수 있다.
[6] http://bitly.kr/oea2S 스핀 통계정리 참고. 스핀 통계정리는 양자 이론과 상대성 이론에 의해 수학적으로 증명된다.
[7] 필자 개인적으로 양자장은 물질의 궁극적 실체를 일컫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명시적인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물질들은 양자화된 장의 들뜬 상태인데, 흔히 기본입자(elementary particle)로 불리기 때문에 입자의 속성만 드러나고 이것이 우리 관념에 혼란을 초래하는 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양자화된 장이라는 특성을 담아내는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임시적으로 퀼드(Qield = Quantized Field)라 부르기도 하지만 어색하다. field quanta로 생각해서 장자(場子)로 할 수도 있으며, 이것은 전자, 광자, 중성미자 등 기본입자들을 일컫는 용어와 비슷하여 괜찮을 것도 같지만, 우리말 어감에서 역시 좀 어색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