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 세상은 왜 이렇게나 다양할까?

뉴턴의 운동법칙은 과학의 성배라고 할 만하다. 과학자와 수학자들은 뉴턴의 운동법칙을 확장시키면서 자연의 여러 현상들을 정량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뉴턴은 별자리의 움직임, 행성의 운동, 지상에서 물체의 운동, 달의 운동과 바닷물의 운동 등을 하나의 자연원리(운동 제2법칙)와 하나의 힘(만유인력)으로 설명했다. 이로써 사람들은 지상과 천상은 같은 원리와 같은 힘으로 지배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천상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는 하나로 통합되었다.

과학혁명이 뉴턴에 의해 1687년에 완성된 후 약 100년 뒤, 라부아지에(1743~1794)에 의하여 화학혁명이 이루어졌다. 라부아지에는 근대적으로 화합물 명명법의 기초를 마련하고, 화학반응에서 정량적인 방법을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연소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등 화학을 크게 발전시켜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또한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했는데, 질량은 닫힌 세계에서 변화와 상관없이 보존된다, 즉 화학반응에서도 생성물의 질량 총합과 반응물의 질량 총합은 같다는 것이다.

 

물질의 구성단위를 찾아서

라부아지에는 당시 주류였던 플로지스톤 설과 그때까지도 남아 있던 4원소설을 분석적 실험으로 폐기시켰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했다가 합성하고, 불을 산소와 결합하는 연소 현상으로 규명했던 것이다. 또한 만물의 근원에 대한 보일의 입자 개념을 부활시키고, 원소 개념을 분명히 했다. “원소(element)란 현재까지의 어떤 수단으로도 분해할 수 없는 물질”로 명쾌하게 정의하고, 그때까지 원소로 여겨지던 33종의 물질들을 정리했다(나중에 이중에서 몇 가지는 원소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는 불운하게도 프랑스 대혁명 때 단두대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화학에서 남긴 혁명적 성취는 화학이 발달하는 기반이 된다.

화학이 발달하며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물질들이 분리되고, 원소의 종류가 늘어가는 한편, 기체들의 화학반응 결과들이 정량적으로 측정되면서 여러 법칙들이 발표되었다. 1799년에 프루스트는 ‘일정 성분비의 법칙’을 발표했는데, 한 화합물을 구성하는 각 성분 원소들의 질량 비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1803년에 돌턴(1766~1844)은 ‘배수비례의 법칙’을 발표한다. 배수비례의 법칙은 ‘배수’와 ‘비례’라는 이름에서 짐작하듯, 여러 원소들이 여러 화합물을 이룰 때 적용되는 법칙이다. 2종류 이상의 원소가 화합하여 2종 이상의 화합물을 만들 때, 한 원소의 일정량과 결합하는 다른 원소의 질량비는 항상 간단한 정수비(整數比)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배수비례의 법칙을 발견한 것을 보면, 돌턴은 확실히 화합물과 혼합물을 구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합물에 대한 이들 법칙들은 사실 1774년에 라부아지에가 발표한 ‘질량보존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화학 반응 전후의 질량이 같다(질량보존의 법칙)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순수한 물질(화합물, 홑원소 물질)의 질량에 대한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량보존의 법칙 역시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화학반응에서 원자는 단지 분자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질량이 변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물질을 미시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질량보존의 법칙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했다.

돌턴(John Dalton 1766~1844)은 화합물에 대한 두 법칙(일정 성분비의 법칙, 배수비례의 법칙)과 변화(화학반응)에 대한 질량보존의 법칙을 숙고하여 1808년에 물질의 궁극으로서 원자(atom) 가설을 주장했다. 돌턴은 동시대의 어느 누구보다도 원자에 대해 많은 연구와 관심을 가졌고,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원자설을 정리하여 발표한다.

  • 같은 원소의 원자는 같은 크기와 질량, 성질을 가진다.
  • 원자는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다.
  • 원자는 다른 원자로 바뀔 수 없으며 없어지거나 생겨날 수 없다.
  • 화학반응은 원자와 원자의 결합방법만 바뀌는 것으로, 원자가 다른 원자로 바뀌지는 않는다. 따라서 질량이 보존된다.

돌턴이 원자설을 발표하던 1808년에 게이뤼삭(1778~1850)은 ‘기체 반응의 법칙’을 발표한다. 기체 반응의 법칙이란 기체 사이의 화학 반응에서 같은 온도와 같은 압력에서 그 부피를 측정했을 때 반응하는 기체와 생성되는 기체 사이에는 간단한 정수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가 반응하면 수증기가 만들어지는데, 이때의 정수 비는 2 : 1 : 2이 된다. 기호로 표현해 보면, 2H(수소 기체) + O(산소 기체) → 2 H2O(수증기)이다. 좀 이상해 보인다. H와 O가 반응 후에 2배(H는 2에서 4, O는 1에서 2)로 늘어나는 이상한 식이 되었다. 분명히 실험 결과는 ‘수소 기체 : 산소 기체 : 수증기 = 2 : 1 : 2’를 보여주고 있지만,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다시 되돌아서 살펴보면, 일정 성분비의 법칙, 배수비례의 법칙은 모두 화합물에 대하여 명확하게 말하고 있으며, 실험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화합물인 수증기(H2O) 부분이 잘못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돌턴의 원자설이 옳지 않았던 것이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수증기가 될 때, 원자설로 부피 비 2(수소) : 1(산소) : 2(수증기)를 설명하기 힘들다

 

 

아보가드로의 분자설

돌턴의 원자설이 옳지는 않지만, 화학이 더 발달하기 위하여 거쳐야 할 성장과정이었다. 돌턴도 게이뤼삭도 누구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3년 후인 1811년에 아보가드로(1776~1856)는 단지 홑 원소(한 종류의 원소로 만들어진 물질) 기체가 이원자 분자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영리하고 통찰적인 주장을 하지만, 화학자들은 그가 죽은 후 4년이 지난 1860년에 이르러서야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50년 동안 돌턴의 원자설과 게이뤼삭의 기체 반응의 법칙 사이에 화합되지 않은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을 여러분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별도로 실험을 통하여 확인했다기보다는 경험적인 주장에 가깝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모든 기체는 같은 온도, 압력에서 같은 부피 속에 같은 개수의 입자(분자)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자나 분자와 같은 미시적인 물질의 개수를 낱낱이 세어서 확인하고 검증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보가드로의 가설은 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조금 더 깊이 살펴보자

다시 수소와 산소가 수증기를 만드는 화학반응 “2수소 기체 + 산소 기체 → 2 수증기”를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두 반응물질(수소 기체, 산소 기체)이 한 종류의 생성물(화합물인 수증기)을 만든다면, 반응물들의 부피 비율은 화합물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비율과 같다.

② 화학반응 전과 후에 반응에 참여한 각 원자의 개수는 변함이 없다.

③ 수소 입자의 개수 : 산소 입자의 개수 : 수증기 입자의 개수 = 2 : 1 : 2

 

위의 사실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①에 따라서 화합물인 수증기 입자의 구성은 H2O가 된다.

②와 ③을 조합하면,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는 각각 2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즉, 수소 입자는 H2, 산소 입자는 O2가 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아보가드로는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가 이원자 분자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단정 짓지 않고, 단지 “같은 부피의 기체는 같은 개수의 입자(기체의 구성단위)를 포함한다”고 주장했지만 같은 결과를 내었다. 그리고 물질을 구성하는 단위가 되는 입자를 원자와 구별하여 분자(molecule)라고 한다. 물질은 원소로 이루어졌지만,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원자가 아니라 분자라는 사실도 명확히 했다.

사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홑원소 물질이 이원자 분자로 구성된다고 특정 짓는 것보다 더 넓게 적용되는 훌륭한 통찰이다. 오존과 같이 3원자로 된 홑 원소 분자가 관여하는 화학반응에 대해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법칙과 부합하는 화학 반응식을 2H2 + O2  2H2O 로 완성할 수 있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으로 기체반응의 법칙과 원자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보가드로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가 원자가 아니라 분자라는 것을 멋진 방법으로 설명했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실험적인 현상만 설명하는 경험적인 법칙을 넘어, 이상기체에 대한 상태방정식으로부터 유도되는 이론적 근거도 있다.

입자의 종류에 상관없이 같은 부피의 기체가 같은 분자를 갖는다는 것은, 분자들 사이의 거리에 비하여 분자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질을 이루는 구성단위가 원자가 아니라 분자라는 것은, 세상에 다양한 물질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한다. 탄소 원자 하나만으로도 다이아몬드와 흑연, 플러렌, 나노튜브와 같은 여러 물질을 만들 수 있으며, 탄소와 수소 2종의 원소로 된 탄화수소 분자들도 메탄, 프로판, 벤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비록 자연에 92개의 원소만 안정적으로 존재하지만, 몇 가지 원소들만으로도 다양한 분자를 만들고, 분자를 단위로 하는 거시적인 물질은 헤아릴 수 없이 많게 된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으로 화학 반응식을 분자식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지속전인 전류와 과학의 발달

사람들은 예전에도 정전기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1785년 쿨롱이 정전기 사이의 힘에 대한 공식을 발견했으나, 아직 사람들에게 전기는 단지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이지 지속적인 동력으로 여기지 않았다. 지속적인 전류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1799년에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볼타(1745~1827)가 전지를 발명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4원소의 하나로 믿어졌던 물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분해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금속 원소들을 발견했으며, 전류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전기와 관련된 숨어 있던 사실들을 발견했다. 전류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게 되면서 전기문명으로 들어가는 문만 열린 것만이 아니라, 물질의 구성과 화학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도 열렸다. 화학반응은 원자 혹은 분자가 서로 전기적으로 결합하거나 분리되는 것이고, 물질은 전기적인 힘에 의하여 결합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전율과 관계된 힘은 만유인력과 지속적이고 자연의 변화를 주관하는 또 하나의 기본 힘으로 자리를 굳혔다. 전기를 이용해 새로운 원소를 계속 발견하고, 물질의 구성을 변화시켜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문명에 활용했다.

인류는 전기와 자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호박을 천에 문질렀을 때 나타나는 전기현상, 그리고 쇠를 끌어당긴다는 광물의 자기현상을 연구하기도 했다.

뉴턴이 『프린키피아』(1687)에서 중력이론을 발표한 후 약 100년이 지난 1785년, 쿨롱은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의 존재를 명확히 했고, 1823년 앙페르는 질량과 달리 ‘전하가 움직이는 주위로 자석이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고, 1831년의 패러데이(1791~1867)는 자석을 이동시키면 전하의 움직임인 전류가 유도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로써 전기와 자기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패러데이는 1849년에 공간에 펼쳐지는 (場 Field)의 개념을 도입하여 떨어져 있는 전하와 자기가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물리적으로 설명했고, 맥스웰(1831~1879)은 뉴턴의 『프린키피아』 이후 200년 정도가 지난 1864년에 전기장과 자기장을 도입하여 전자기의 모든 법칙들을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맥스웰 방정식을 발표했다. 맥스웰 방정식은 전자기력이 중력처럼 자연의 보편적인 힘이면서도, 공간의 한 점으로 기술되는 입자의 운동이 아니라 공간에 퍼진 장으로 기술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맥스웰 방정식은 장으로서 원거리 상호작용을 이해함으로써, 뉴턴의 중력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게 한다.

자연의 근본 힘들이 공간에 장을 형성함으로써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은 현대과학으로도 이어졌으며, 미시세계를 입자나 파동의 관점보다 넓게 양자적인 장으로써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전기와 빛은 과학을 발달시키고 인간의 지성이 벽에 막혔을 때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가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문명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건전지로 작동되는 문명은 아니다. 현대문명이 요구하는 엄청난 전기적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발전소는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 유도 현상을 에디슨과 테슬라가 산업적으로 발전시켰다. 새로운 힘인 전기력은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 힘이며, 문명을 발달시킨 동력이다. 아마도 외계의 문명 역시도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 힘을 문명의 동력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제 미시세계로 가면서 자연의 다른 두 가지 힘인 강한 힘과 약한 힘도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하여 만물이 근원이 무엇인지를 넘어서 물질이 왜 존재하게 되는지,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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