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입자들: 동물원을 채우는 입자들

1950년대 중반부터 고성능의 입자가속기가 개발되어 운영되면서, 우주선에서 발견되었던 입자들도 실험실에서 만들어내고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능이 좋은 입자가속기는 자연의 깊숙한 비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문으로써 첨단과학의 상징이 되었으며, 국력을 나타내는 상징이 될 정도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왕성한 실험과 연구에 화답하듯이, 이전에 알지 못하던 입자들이 쏟아져 나오자 오히려 물리학자들은 당혹스러워지게 됩니다. 도대체 이 수많은 아원자 입자(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은 다 무엇인가, 이 입자들이 다 자연의 기본입자들이란 말인가? 당시에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젊은 물리학자(레더먼 198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는 당대의 유명한 물리학자 페르미(193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발견된 입자들에 대해 질문했었습니다. “젊은이, 내가 그 입자들 이름을 다 기억할 수 있었다면 식물학자가 됐을 걸세”라고 페르미가 대답할 정도로 새로운 입자들은 점점 많아졌고, 자연의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질문에 대해서 물리학자들은 대답해야만 했습니다.

대형 입자가속기가 가동되는 1950년대부터 다양한 입자들이 계속 발견되었다

버클리에 있는 입자가속기에서 1955년에 반양성자가 발견됩니다. 이제 반물질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원이 되어갔고 반물질 연구도 힘을 받았습니다. 한편으로 입자가속기들에서 계속 발견되는 아원자 입자들을 설명해야 하는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어요. 파이(π) 입자, 에타(η) 입자, 람다(Λ) 입자, 시그마(Σ) 입자 등 새로 발견되는 입자들 이름에 관습적으로 그리스 문자를 부여했지만, 부족해질 것 같기도 했었어요. 양자역학을 수학적 공리체계로 깔끔하게 구성한 폰 노이만이 다소 냉소적으로 “그리스 문자가 다 떨어지면, 침대차 차량이름을 쓰면 되지 뭐”라고 말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표현으로 이런 상황을 말할까요? 누구처럼, “그 동안 새로운 입자를 발견한 사람에게 노벨상이 수여되곤 했지만, 이제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벌금 1만 달러 정도를 부과해야 한다”고 조크하는 것은 어떤가요? 농담 같은 이 말은 램 이동(Lamb shift) 관측으로 유명한 램이 1955년에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도대체 어떤 입자들이 나왔길래 이러한 말들이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한편으로는 진지한 것을 즐겁게 주고받는 물리학자들에게 오고 갔을까 봅시다. 물리학자들은 난처한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곤 합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설명하기 힘든 입자들을 보고서 뭐라고 불렀는지 아세요? 입자 동물원(particle zoo)라고 불렀습니다. “뭐, 골치 아픈 입자들이 많아도, 동물원에 구경가서 즐기며 배우고 깨우치면 되지.”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입자 동물원에 입주해 있는 일부 입자들을 나타냈으며, 이 외에도 더 많은 입자들이 발견되었다.

 

입자 동물원에 동물들이 많아졌고, 동물들에 대해서 아직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자료가 많을 경우에는 잘 관찰하여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는 것을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아리스토텔레스는 500종 이상의 동물을 관찰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동물분류학을 시작했고, 제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식물분류학의 체계를 잡았습니다. 무엇을 분류하자면 물론 기준이 있어야겠죠? 아리스토텔레스는 피가 있는지 여부(유혈동물과 무혈동물), 피가 따듯한가 차가운가(온혈동물과 냉혈동물), 뱃속에서 성장하여 태어나는 태생(인간, 고래 등) 혹은 알로 태어나서 성장하는 난생(조류 등) 및 난태생(연체어류)과 불완전 난생(어류)과 같은 여러 기준을 갖고 동물들을 분류했습니다. 2천년간 사용될 정도로 주의 깊은 관찰과 더불어 적절한 분류기준을 활용한 덕분이죠. 이제 20세기 중반의 물리학자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요구되었습니다. 이 많은 입자들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정한 것일까? 먼저 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며 가벼운 輕입자(경입자 lepton)와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強입자(중입자 hadron)로 분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견되는 입자들은 거의 강입자로 종류가 많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질량을 가진 中간자(중간자 meson)와 무거운 重입자(중입자 baryon)의 두 부류로 분리하는 것이 적절해 보였습니다. 물론 많은 강입자들을 단지 두 개로 나눈다고 특이한 것이 보일 수는 없겠죠. 각 부류에는 분류되기를 기다리는 입자들이 많이 있는 상태입니다.

強한 상호작용을 하는 強입자(Hadron)와 하지 않는 경입자(Lepton)로 입자를 분류할 수 있다.

 

입자동물원 운영 매뉴얼

1961년에 겔만과 네만은 입자동물원을 설명하기 위하여 각자 대담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모든 강입자들이 3 종류의 어떤 것들로 이루어지는 수학적 대칭의 결과라는 것이죠. 1947년에 핵력을 매개하는 파이온이 발견되면서, 원자핵이 기본입자인 양성자와 중성자 및 파이온으로 구성되었다고 여겨졌던 것을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SU(3)라는 수학적이고 추상적인 군(group)으로 강입자들을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SU(3)에서 SU는 Special Unitary의 약자이고, SU(3)는 3차원 복소수 공간의 회전에 대응합니다. 강입자를 구성하는 3 종류의 어떤 것들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면, 3차원 복소수 공간을 형성하는 3 개의 복소수 기저 벡터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부담 갖지 않고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겔만은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불교의 팔정도(八正道 Noble Eightfold Path)에 빗대어, 자신의 이론을 eightfold way(똑같이 ‘팔정도’로 번역되어 한글로는 구별이 안되네요)라고 불렀습니다. 겔만의 팔정도는 만물의 근원에 대하여 두 가지 관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입자동물원에 입주하는 강입자들이 늘더라도 3종류의 어떤 것들로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추상적 속성이 현실의 실체를 지배한다는 것이죠. SU(3)라는 수학언어로 쓰여진 팔정도를 강입자에게 적용하면, 전하량과 기묘도를 축으로 이루어진 평면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중간자 8개가 한 짝을 이루는 모습이, 겔만에게는 불교의 8정도를 연상시켰다.

 

 

SU(3)로 중입자가 8개와 10개로 짝을 이루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데,?(오메가 입자)는 발견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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