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운동원리를 이끌어낸 방식이 어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나 고전역학을 다루는 책(사실 이 책에서 진행하는 이런 과정을 필자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지만)을 통해 역학원리를 배우는 통상적인 과정은, 먼저 뉴턴의 운동법칙이 제시되고 운동법칙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과 예제가 나온다. 이 책에서는, 보편적 운동원리라는 고전과학의 성배를 찾기 위하여, 자연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운동을 결정하는 물리량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했고 찾았다. 그리고 자연을 지배하는 운동원리(수식과 같은 명제)에는 운동원인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온전한 역학체계가 된다는 것을 안다. 만약에 운동원리를 기술하는 명제에 운동의 원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결과(속도, 위치 등 운동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원인 없이 나오게 되는 꼴이니 이것은 역학체계라 볼 수 없다. 역학체계는 어느 시점의 역학적 정보를 통하여 임의의 시간의 역학적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과율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역학원리 F = ma가 힘(F)이라는 운동원인과 가속도(a)라는 운동을 결정시키는(역학적 정보를 산출하게 하는) 물리량의 관계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논리적으로나 인식론적으로.
우리가 이끌어낸 식 F = ma는, 힘을 받았을 때 물체가 어떻게 운동하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운동원리이며, 이것은 모든 물체에 대해서 적용되는 역학법칙이고 역학이론이다. 그러나 아직 운동원인인 힘이 구체적으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F = ma에 대해서 풀어낼 수 없다. 힘 F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야만, 이미 구체적으로 나타난 물리량인 질량 m을 대입하여 운동상태(속도와 위치)를 결정하는 가속도 a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운동방정식을 푼다고 말하며, 운동방정식의 해는 운동상태인 속도와 위치가 시간에 대한 함수로 명시적으로 나타난다.
아직 운동원인인 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힘이 주어지느냐에 따라서 운동방정식이 달라지고 그 해가 결정된다. 여기서는 어떠한 물체에 대해서도, 어떠한 힘에 대해서도 성립하는 일반적인 운동원리 F = ma를 도출한 것이다. 만유인력(뉴턴의 중력)이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운동원인(힘)이라면, 케플러의 3가지 법칙 혹은 물체는 포물선 운동이나 쌍곡선 운동을 하는 결과를 운동방정식의 풀이로써 확인할 수 있다. 운동원인이 복원력이라면, 운동원리에 따라(혹은 운동방정식을 풀어서) 물체가 단순한 진동을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며, 지상에서와 같이 질량에만 비례하는 힘(위치 등에 무관하고 일정한 중력가속도)을 받는다면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는 위치변화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물체, 모든 종류의 힘에 대해서 성립하는 일반적인 운동원리는 역학의 핵심이다. 뉴턴은 이러한 보편적 운동원리를 어떻게 전개하여 자신의 역학을 체계화하고 지상과 천상을 통일하였는지 살펴볼 것이며, 뉴턴이 이야기한 거인들과 거인들의 생각들도 잠깐 엿볼 것이다.
그 전에 한 번 더 우리가 지나온 여정을 짧게 훑어보도록 하자. 유념할 것은, 힘에 대해 정의할 때는 단지 운동상태에 영향을 주는 작용 정도로만 개념을 도입한 것이고, 가속도와의 비례관계로 힘을 이야기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직관적 추론으로 주장하는 것이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자연에 대한 주장은 자체의 논리적 구조의 일관성과 엄밀성 외에, 자연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검증을 통과한 주장은 과학적 이론으로 자리잡으며, 자연 혹은 이론적 불일치가 나타날 때까지 인간의 영역을 개척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간략하게 우리가 찾은 자연원리의 흐름을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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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위치가 같으면, 같은 운동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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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의 운동은 속도와 위치로 표현되며, 이것을 운동상태로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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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의 운동상태(속도, 위치)는 쉽게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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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의 운동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힘이라 부르고, 속도의 변화를 가속도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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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의 변화인 속도가 위치를 결정하고, 속도의 변화인 가속도가 속도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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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가속도가 물체의 운동상태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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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물리량인 가속도와의 비례관계로 힘의 개념을 구체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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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가속도의 비례관계에 나타난 비례상수를 직관에 따라 질량으로 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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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진 F = ma 를 (지상계와 천상계를 포함하는) 자연에서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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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출한 것은 모든 물체의 운동을 제어하는 자연의 운동원리(운동법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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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원인인 힘이 구체적인 형식으로 나타나면, F = ma 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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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 ma 를 운동방정식으로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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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원리에 따라서, 운동원인인 힘이 물체의 역학적 상태를 결정한다.